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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정보나눔/일상

2007년 7월 28일 토요일-갑작스러운 조부상, 그 일주일 후...

정말 딱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2시경...
시골로 부터 날아온 비보가 있었으니 병환 중이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치매를 앓으신지 8개월... 근래 할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해지는 기미가 보인지라 정말 뜻밖이였는데 사인은 어이없게도 식후 물을 드시다가 사래 들어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휴...
어머니, 막내 민호와 함께 평균 시속 140km로 밟으며 최대한 빨리 내려간 시골 읍에 마련된 장례식장...
처음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믿겨지지도 않고 피부에 와 닿지 않았지만 막상 내려가서 말없이 우리를 보고 계신 영정사진과 각종 화환들을 보니 실감이 났다.

자고로 장례식장은 시끄러워야 된다고 하였나? 할아버지 6남매들과 그들의 사위, 며느리 자식들이 많아 북적북적한 분위기 속에서 3일장을 치루어냈다. 오죽하면 조문객보다 일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우스개 농담도 나올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치매환자였던 할아버지를 모시면서 생긴 가족간의 갈등-정확히는 아버지를 제외한 큰 며느리와 그의 자식인 우리 삼남매 VS 아버지와 큰고모를 비롯한 나머지 식구들의 갈등-이 이번 조부상을 계기로 극적화해의 장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결국에는 그 갈등이 회복이 안된 상태로 끝나버린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였던 것은 유치하게 적개심을 보였던 큰 고모 식구들(큰 고모부와 슬예를 포함한 세명의 사촌동생)과 달리 우리 삼남매는 적극적인 친화를 시도하였고(특히 막내민호의 꼬장이 두려웠으나 첫 날 저녁 술과 웃음을 자처하는 등 의외로 가장 적극적으로 친화를 시도하였다.) 화해의 제스추어를 보였으나 큰고모 식구들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의도적으로 우리 식구들을 외면하거나 말과 행동을 씹는 등 유치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여전히 강한 반 어머니 정서를 보여주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들을 왜 이렇게 생각없이 많이 주문했냐고 어머니를 향해 불만을 토해내시다가 음식을 주문한 것은 큰 고모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아무말도 안하시는 어이없는 상황을 보여주신 것이다. 여튼 아버지 당신의 비정상적인 동생비호가 여전함을 보이는 것을 보고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결국 이러한 모습들이 누적이 되어 가슴에 남아 있었는지 둘째날인 22일 일요일 아침, 할아버지 염할 땐 주체할 수없이 눈물, 콧물 흘리던 나는 정작 할아버지가 입관할 때 눈물이 말라버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 앞으로 시골에 대한 애정이 많이 떠나버렸다.
지금 내 마음 속에 있는 시골 모습은 아버지를 제외한 어머니 그리고 우리 삼남매에게는 지독한 상처를 남겨준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막내 민호는 함께 귀경길에 분노의 말과 함께 다시는 돌아보거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였고 나 역시 심정적으로 동감으로 하고 있는 상태이다.

할아버지는 가시는 길에 가족간의 대화해의 장을 마련해 주셨지만 그 장을 거절한 그들이 얼마나 잘살게 될지 두고 보려고 한다. 아울러 아버지는 시골 어른들에게는 그동안 정성스럽게 할아버지를 돌본게 소문이 나 마을에 효자비를 세워주자는 진담반 농담반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효자로 불리우시지만 정작 본인의 처자식은 뒷전인 실망스런 모습에 안타까움만 가득한 시간이였다.

할아버지, 좋은 곳 가서 편히 쉬세요.
이왕이면 가시는 길 단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게 한쪽만의 마음만으로는 안되더군요...
굿바이... 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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