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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끝에 문화리뷰/맨끝에 취미리뷰

[도서]김용의 `영웅문`

빨간택시의 고딩시절, 당시 모교에 유행했던 문화가 몇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만화가 박광수(주:얼마 전부터는 엄청 싫어하는 만화가로 그림으로는 아름다운 사랑을 혼자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조강지처를 버리고 여대생 팬과 재혼을 했던 파렴치하고 더러운 사기꾼.) `광수생각`의 주인공 이름이기도한 `뽀리`(물건을 가게등에서 훔치는 행위를 가르키는 은어 ), 500원짜리의 손바닥만한 판형의 `해적판 일본만화 돌려보기`, 명동 등지에서 LD를 복사한 `일본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 카피떠서 보기`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무협소설 영웅문 독서열풍' 등이 있었습니다.

빨간택시는 고딩 당시에서 얼마전까지 고정관념이 하나 있었는데 무협지는 햇볕이 들지안는 칙칙한 만화 대본소에서 조악한 인쇄상태의 세로 읽기로 보는 책이라고 단정지어 버렸었습니다.
아무리 독서를 좋아하는 빨간택시지만 도저히 무협지는 손이 가질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한 친구의 영웅문을 읽어보라는 끈질긴 권유에 감복하여(?) PDA에 담아 자의반타의반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던 빨간택시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설 영웅문의 등장인물들이 결코 낯선 인물들이 아니였던 것입니다.
`동사서독`,`신조협려` 등 유명 홍콩 무협영화의 주인공들이 바로 영웅문의 등장인물이 였습니다. 아쉽게도 영화판 주인공들과 소설판의 등장인물들은 이름만 같을 뿐이 였지만 덕분에 큰 거부감없이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반갑고 친숙하게 소설을 읽을수가 있었습니다.

소설 `영웅문`은 중국의 실제의 역사적 사실인 금나라와 몽고에게 침략을 당하는 송나라의 이야기입니다.(물론 본 소설은 역사서나 위인전기가 아니기 때문에 100% 정사(正史)가 아닙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등장하는데 특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라웠던 관계는 몽고로 피신을 했던 1부 `대륙의 별` 주인공 곽정(허구의 인물)과 그의 모친이 몽고 대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스칸과 친밀한 관계로 나옵니다. 그것도 그냥 친한 것이 아니라 대도부마 즉 그의 예비 사위로...허거덩(-0-;)/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억지스러운게 아니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영웅문의 주인공들(총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고 1부는 우직한 사나이 곽정, 2부는 곽정의 의형제 아들인 산전수전의 쿨가이 양강 각각의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3부는 아직.. ^-^a)의 특징이 절세의 미남은 기본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공이 급격히 증가하는데(주인공들의 피나는 수련도 있지만 황당하게 얻는 무공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를 죄어 죽이려는 구렁이를 물어 뜯어 피를 먹었는데 알고보니 오랫동안 약초를 먹여 키운 구렁이의 보혈이여서 내공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등)다가 남자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여자 이 외에 많은 여자들은 반드시 반하고 맙니다. 그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이냐하면 무공을 좀하는 친구들이고 미녀인 것은 당근 기본입니다.(하지만 주인공들의 여인네 보다는  2% 부족하게 설정 -_-;)
그럼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여인네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한마디로 그녀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예 소설에서도 수차례 선녀같다며 그녀들을 표현을 합니다.
그 선녀같은 여자주인공들 중에서 유독 1부에서 곽정의 연인으로 나오는 `황용`이 눈에 띄는데 톡톡튀는 발랄함과 뛰어난 지혜를 가진 그녀의 활약상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빠져들고 맙니다.
빨간택시가 소설 속의 여자주인공을 보고 가슴 두근 거렸던 것은 처음이였습니다. (-0-;)
영웅문에는 남여주인공 이외에 매력적인 조연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조연은 두말할 것 없이 노완동 주백통이라는 노인이 나오는데 이 노인이 어떠한 사람이냐 하면  새로운 무예를 익히기를 좋아하고 무예가 센 인물을 만나면 선인, 악인 가릴 것 없이 한번은 겨루어야 직성이 풀리는 천하절정의 고수입니다. 그러나 그의 매력은 뛰어난 무예 실력이 아니라 5살의 꾸러기같은 천진난만함에 있습니다. 그의 행동을 보면 한없이 귀여워서 실제로 만난다면 감히 그의 양볼을 잡아 당기고 싶을 정도입니다. (노인을 공경합시다.ㅡ0ㅡ;) 특히 노완동 주백통이 과거에 사연이 얽힌 이들과 평생에 걸친 오해를 풀고 알콩달콩 사이좋게 사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영웅문은 무협소설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찌라시같은 여타 가벼운 무협과는 다른 즐거움을 주는데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부담없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PS: 이 글은 출퇴근하면서 PDA로 적은 글입니다. PDA에선 상당한 장문으로 보였는데 실제 PC로 옮기니까 무척 짧네요~('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