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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끝에 문화리뷰/맨끝에 영상&게임리뷰

[영화] <1987>,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까요? 1987년의 연희가 묻고 2018년의 연희들에게 답한 영화


1987(2018)
○ 빨간택씨의 별점 : ★ ★ ★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까요? 1987년의 연희가 묻고 2018년의 연희들에게 답한 영화 <1987>"

군부독재가 이어가던 암울한 1980년대, 대통령 직선제로 이끈 6월 민주화 항쟁 직전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1987>을 보고 왔습니다.
<지구를 지켜라>(2003)와 <화이>(2013)를 만들었던 장준환 감독이 믿고보는 연기의 베테랑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등과 함께 만든 영화였습니다.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의 조화
영화 <1987>은 그동안 제가 본 근 현대사를 다룬 영화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영화였습니다.
실화를 다룬 영화는 태생적으로 실화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허구적 상상력을 넣어버리면 실화의 가치가 훼손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7>은 역사적인 유명한 현장의 디테일한 재현과 시나리오에 녹아든 허구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배치로 실화와 허구의 조합에 대한 양면성에 대한 문제를 영리하게 극복해내었습니다.
특히 극 후반부를 이끌었던 설정된 가공 캐릭터 대학신입생 ‘연희(김태리 분)’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자신과 먼 이야기로 생각한 이들을 상징하는 ‘연희’
데모나 민주화 운동은 권력자들의 헤게모니에 대한 정보나 의도를 잘 모르는 평범하게 사는 이들에게는 자신과 먼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도 현대사의 비극과 수구권력자들의 헤게모니에 대해 큰 관심이 크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간헐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의에 대해 그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감만 있었을 뿐이였도 더 깊숙히는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면 정권교체로 민주화시대로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자유를 누리다보니 우리가 당시 누리고 있던 눈물과 피 그리고 엄청난 용기를 통해서 얻어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였습니다.
마치 엄혹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신입생 ‘연희’가 당시 유행가와 미팅에 대한 관심만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반민주에 대한 저항의 결과를 지금 우리에게 다시 묻는 ‘연희’에 대한 공감
영화 <1987>의 후반부는 ‘연희’가 반민주에 대한 개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다가 잔혹한 진실을 접하게 되고 이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을 열고 충격을 받게 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저를 비롯한 수많은 ‘연희’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는 물음에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지만 서서히 변화가되고 있음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말미에 그날이 오면이라는 합창이 나오면서 6월 민주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내고 작년 촛불집회를 통해 반민주에 대한 저항의 결과를 지금 우리에게 다시 보여주게 됩니다.
그 결과가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값비싼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연신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크고 작은 배역 가릴 것 없는 연기 베테랑들의 가슴을 울린 열연
영화 포스터에 남겨진 주연 배우들이 김윤석, 하정우, 박희순, 유해진, 이희준부터 김태리까지 자신들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로 꼽아도 될만큼 충분히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포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주연급 조연부터 일반 조연까지도 극에 완전히 몰입되어 1987년 당시 희노애락을 아낌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중 이한열 열사의 삼촌 배역을 맡은 조우진의 경우 현재 한국영화의 돋보이는 씬스틸러임을 유감없이 보여줄 정도로 배역이 완전히 동화되어 배우를 못 알아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나온 주연급 조연 강동원(이한열 역), 여진구(박종철 역), 설경구(김정남 역), 문성근(장세동 역), 우현(치안본부장 역), 고창석(동아일보 부장 역), 오달수(중앙일보 부장 역) 등도 출연 분량과 무관하게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가슴을 울린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1987년에 저는 중학생으로 당시에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있는지 모른 채로 살아왔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이러한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비롯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반민주적인 사건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인 의미를 너무 늦게 알게된 것입니다.
지금의 제 나이보다 반절이나 적은 이들이 반민주 독재에 분연히 들고 일어나 싸웠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고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진짜 목숨을 내놓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용기있는 이들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덕에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으로 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연희'들에게 이말을 남깁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플라톤 (BC428-348) 


빨간택씨의 이 영화 잡수다
▷최근 개봉한 NEW 배급의 <강철비>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가진 CJ(1987)와 롯데(신과함께)의 개봉관 물량 공세에 상영의 기회가 축소되는 중
▷특별출연한 강동원은 본인의 배역인 이한열 열사의 캐스팅에 박근혜 정부의 위세가 떨칠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소신있게 수락
▷영화에서는 고문사망사건을 은폐하려는 치안본부장 역으로 나오는 배우 우현은 실제로는 1987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사회부장으로 실제 집회에서 선두에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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