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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정보나눔/알쓸신잡

다족보행 로봇의 선두주자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일본에 간 까닭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수년 전, 목이 없는 개같이 생긴(?) 4족보행 로봇이 '빅독(Big dog)'이 숲 사이에서 

달리고 사람의 발길질에도 꿋꿋이 버티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귀여움, 안타까움, 두려움 등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 회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는 로봇 전문 기업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 회사는 구글이 2013년 12월에 인수하여 로봇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를 

감출 수 없게 하였고 최근 역시 구글의 AI 프로젝트인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기사의 

대결에도 구글의 AI프로젝트와 로봇이 한 회사에서 진행된다는 이유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던 인공지능 '스카이넷(Skynet)'을 만든 '사이버다임 시스템(Cyberdyne Systems)'이 

현실화에 되어가는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하였습니다.


▲ 영화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에서 미래의 지도자 존코너를 암살하기 위해 

온 T-1000이 알파고를 이긴 적이 있던 이세돌을 노린다는 설정의 패러디 사진


이런 외적인 화제가 채 가시기도 전에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일본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계속 품지 못했던 이유

구글이 매각을 한 이유는 자율주행부분에 활용을 우선 기대했으나 바퀴주행방식도 

변수가 많아 천문학적인 개발비와 예측 불가한 기간이 문제인데 

다족보행(2족, 4족)에 따른 변수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부 조직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는데 구글에서 로봇 프로젝트였던 

'레플리컨트 계획'을 이끌던 '앤디 루빈'이 2014년 10월 퇴사를 이후 잦은 임원교체와 

사업부간 협력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레플리컨트 계획'을 구글 미래발굴사업인 '구글 X'에 

이관하면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제외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당시 이미 매각에 대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장미가시같은 프로젝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토요타는 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왜 인수하게 되었을 까요?


토요타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품고자 하는 이유

토요타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연구소 ‘TRI(Toyota Research Institute)’가 주도로 향후 

5년간 자율주행차 분야 뿐만 아니라 미래성장산업군으로 지목된 로봇 산업 분야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시화된 사업분야인 자율주행차 부분과 달리 로봇 산업 분야는 여전히 

가시화된 시장이 보이지 않은 가능성만 가득한 시장인데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결정이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으로부터 시작한 일본의 

로봇 산업에 대한 오랜 열망과 그 열망을 차근차근 현실화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산업으로 영향을 끼친 일본인 의식 속 로봇의 근원, '우주소년 아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전 국민적으로 가지고 있던 패배감에서 구한 것은 

다름아닌 '우주소년 아톰'을 만든 일본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였습니다.

그 데즈카 오사무는 인류의 친구이자 도우미 그리고 로봇에 대한 존재에 한 권리 

등을 담은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우주소년 아톰'을 만들었고 그 애니메이션을 

보고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로봇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 로봇 산업을 이끌고 있는 과학자들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우주소년 아톰'을 보면서 그 꿈을 키우며 현실화 시켰다고 고백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우주소년 아톰' 이후 SF를 소재로 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묘사하는 다양한 로봇과 

인공지능을 다룬 작품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들 중 제가 꼽은 일본 로봇산업 발전과 원동력이 되었던 작품을 언급해보면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로봇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준 '우주소년 아톰'(1952), 

노령사회에 의료로봇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화두를 던진 근 미래 현실적 

이야기 '노인 Z'(1991), 그리고 전뇌(인공지능)의 자아를 다룬 철학적 SF 

'공각기동대'(1995) 등이 있습니다.


▲ 애니메이션 '노인 Z'(1991) 트레일러


문화컨텐츠의 위력을 잘 아는 일본, 그리고 토요타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최초로 상용화 시키며 기술과 친환경의 이미지에 

앞서가는 일본 기업입니다.

그 기업은 하이브리드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자동차 관련 차세대 기술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데 현재 자동차 업계는 물론 테슬라나 애플같은 IT기업들에게도 

핫이슈인 자율주행부분도 자동차 관련 업계의 차세대 기술 전쟁의 '키'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토요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Prius)'의 형제 라인업인 '오리스(Auris)'를 

기동전사 건담(Mobile Suit Gundam, 1979)의 인기 캐릭터인 '샤아 아즈나블'를 

내세워 콜라보해 내 놓았습니다.

이 '오리스'는 기동전사 건담 세계관의 샤아가 속해 있는 가상 국가 지온공국의 

중장비업체 '지오닉스 社'와 현실의 자동차업체 '토요타'가 합작한 회사 

'지오닉토요타(ZIONICTOYOTA)'가 설립해 내 놓은 차량입니다.

이 컨셉은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작년 9월에는 후속 차량으로  

'오리스 2(Auris 2)' (지오닉 토요타 홈페이지 참고)를 연이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토요타가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캠페인 
'ZONICTOYOTA Autis' 의 홍보 애니메이션

토요타는 일본의 강점인 문화컨텐츠를 이렇게 잘 활용하는 것을 넘어 로봇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해오던 기업이였습니다.


토요타, 미래산업을 위해 로봇과 AI 개발업체로 변신 중

이미 일본은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국가 이기도 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2조 267억엔(약 21조원)을 로봇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토요타는 그동안 크고 작은 로봇 프로젝트(2족 보행이 가능한 토요타 파트너 로봇, 

운전자의 대화 친구 로봇 '키로보 미니')를 진행해오다가 올해 1월 로봇과 AI 개발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초 기지로 TRI(Toyota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기술 투자 및 기업인수에 나섰습니다.


▲ 토요타 키로보 미니(Toyota Kirobo Mini)


미국내에서도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벤처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인재 영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기 위해 위에서도 언급이 되었던 

2020년까지 5년간 10억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보스턴 다이나믹스 역시 이런 미래 산업 전략 차원에서 인수를 하였던 

것 입니다.


구글이 자신들의 신사업 중, 선택과 집중을 위해 내려놓은 로봇기술을 인수한 토요타.

거대한 미래 산업에 대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한 토요타가 과연 어떤 결실을 거둘지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