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정보나눔/일상

2007년 4월 1일 일요일-이제... 이별의 준비를 해야하나요 할아버지?

지난 금요일 박세형교수님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원장에 취임을 축하하는 모임을 새벽 4시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원래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할아버지를 뵙기위해 시골로 내려가기로 한 관계로 잠깐의 새우잠을 자고 아침에 출발을 하였다.
토요일 아침 하행선 이라서 그런지 별다른 교통체증없이 딱 제 시간에 도착하였고 병원도 터미날 바로 앞에 있는 곳이라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계신 곳은 중환자실을 겸하고 있는 응급실이였다.
드디어 병세가 악화된 이후의 첫 만남....
눈물부터 왈칵 쏟아졌다...
할아버지는 혀마저 굳어진 상태라 "어~" 라는 소리만 나오는 상태인데다가 놀라울 정도로 야위어 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누군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두눈이 뜨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이후에는 불명확한 발음이지만 내 이름을 뚜렸하게 기억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 정신이 계속 왔다갔다하시는 모양이다. (함께 있었던 아버지, 부산 작은 아버지와 내 이름 모두를 잊지는 않으셨다.)

오늘 오후 2시 30분의 귀경 차를 타기 전까지 계속 할아버지 곁에 있었는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잠을 안주무시고 일정한 주기로 소리를 지르시는 할아버지의 입을 막는 것이였다.
단독 병실도 아니고 드신 것도 없으신 분이 안간힘을 다해 소리를 내신지라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지르실 때마다 입을 막았는데 시간이 1시간이 넘어가고 주기가 짧아지자 간호원의 도움을 받아 진정제 주사를 맞고야 겨우 잠드셨다.

할아버지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던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깨끗이 해드리고자 코펙과 면봉을 사와 코와 귀 속을 정리해드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얼굴에 손대면 그렇게 싫다고 하더니 내가 손을 대니 참고 얌전히 있다며 놀라워 하신다.
아마 손자의 마지막 작은 정성을 느끼는 것일까...

올라오기전에 할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시는 데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놓아주시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억지로 손을 떼면서 또 할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돌아오는내내 할아버지의 상태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셨고 장정 못지않은 수악은...
어쩌면 떠나가기 싫으셔서 남은 생에 대한 안타까운 몸짓이 아닐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만우절이기도 했던 오늘,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길 바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바램일 뿐...
이제... 이제 정말 이별의 준비를 해야하나요 할아버지?



○ 오늘의 MSN 대화명 ○
[♡빨간택시♡www.redtaxi.net]3/12 측정치 85.1kg, 28.8%→고도비만+복부비만 판정, 4/2 2차 공개예정!-"프랑스요리와 와인의 관계는 마리아주", 신의 물방울 중에서 -금연 14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