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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정보나눔/알쓸신잡

두 선생님 이야기-저의 꿈을 짓밟은 선생과 꿈을 키워주신 선생님들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저에게는 초중고대학, 학창시절동안 많은 선생님께서 저와 인연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 많은 선생님 중 매년 오늘이면 늘 떠오르는 두 부류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한분은 저의 꿈을 짓밟은 선생이고 다른 여러분들은 저의 꿈을 키워준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먼저 저의 꿈을 짓밟은 선생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두 차례나 영화화(두사부일체, 말죽거리 잔혹사) 될 정도로 유명한 강남의 모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지금 내부사정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제가 재학할 당시에는 촌지관련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고1때는 졸업한 선배들이 비리 교장 물러나라고 데모를 하였다가 교련선생의 군화발과 체육선생의 운동화 발에 데모가 진압되어 버린(라디오 뉴스에 아주 짧은 단신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일화를 시작으로 학생회 간부들은 매년 스승의 날이면 모여서 담임 이번에는 40만원짜리 양복을 해야하는데 반장 네가 집에서 얼마 준비하고 부반장 얼마 준비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목격하게 됩니다.(제가 간부는 아니였지만 당시 주번이라서 이 놀라운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3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제 담임을 맏고 있던 선생이 대학진로 상담을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면담을 하는 시기였습니다.
저의 경우 전문대에서 만화를 전공하겠다고 선언(당시에는 유일한 만화관련 학교인 공주대로 진학준비하고 있었습니다.)을 한지 오래되서 4년제 시험에 대해 상담하는 그 시기에는 면담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한 관계로 제 번호가 있는 날짜가 정해지려고 하자 저는 선생에게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선생님, 저는 전문대 시험 볼 것인데도 저희 부모님 모시고 와야 되나요?"
라고 손을 들고 이야기 하였고
그러자 그 담임이라는 작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아? 그래? 맞다! 빨간택시 넌 부모님 안모셔와도 돼~ 어차피 집에서 돈도 못가지고 올 꺼 잖아~"
그 순간 반에는 폭소가 쏟아졌고 전 새빨개진 얼굴로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부모면담은 곧 얼마간 촌지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농담(?)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는 1년 내내 돈을 밝히고 돈으로 그 돈에 의한 차별을 서슴치 않았던지라 그 작자의 그 생생한 목소리는 지금도 절대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거기다가 제가 만화를 전공하겠다는 것에 대해 무시한 적도 많았었습니다.
얼마 전 혹시나 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가보니 여전히 그는 근무 중입니다.
당시 비리교장의 오른팔이였었는데 교장은 물러나도 그는 살아남아 있네요...
사립이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저의 청소년 시절의 꿈을 잔인하게 짓밟아 버린 그 작자는 여전히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저의 꿈을 키워주신 선생님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참스승님은 저의 대학 은사님들이였습니다.
전문대 시절에 당시 막 미국 유학생활에서 돌아오셔서 강사 생활을 하셨던 이광훈 교수님께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저와 제 동기들에게 애니메이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보여주시면서 열정적으로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그 이후 애니메이션에 대해 더 공부를 하고 싶으면 4년제에 새롭게 애니메이션 학과가 처음으로 개설된 곳이 있으니 편입을 해보라는 권유를 하셨고 그분의 의견에 따라 편입이후의 학창시절 정신적인 지주셨던 김세훈 교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김세훈 교수님은 본인이 유학시절 모았던 엄청난 비디오자료와 LD자료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시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는 노래방가서 최신곡을 안부르면 센스를 의심하면서 혼내시고 연애상담도 해주시는 그야말로 친구같은 교수님이 되어 주십니다. (심지어는 1학기 동안은 제자들의 자치방 투어를 하신다고 학생들과 즐겁게 어울리면서 보내시기도 했습니다. 여기관련 유쾌한 에피소드도 무척 많았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몇 해전에 저를 포함한 졸업생들이 개인적으로 스승의 날 때 우르르 인사가서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근황을 이야기 하다가 다 늦은 새벽에 서울시내 한 폭판에서 스승의 은혜를 불려드리는 이벤트도 기억 나네요~

이 글을 쓰는 사이 저녁때 따로 문안인사를 올리려고 몇몇 선생님들께 간단한 문자 안부를 드렸더니 김세훈 교수님께 연락이 왔었습니다.
매년 잊지않고 연락해줘서 고맙고 근 시일에 시간을 낼테니 얼굴 한번 보시자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고맙긴요... 제가 아니. 저희가 감사드리지요...
비록 지금 애니메이션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때 배운 것 모든 것들은 다양한 경로로 잘 쓰고 있습니다.

교수님들,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은 저의 꿈을 한껏 키워주신 제겐 너무나도 고마운 분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