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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끝에 문화리뷰/맨끝에 영상&게임리뷰

[단상] 예체능계열을 떠나 공대계열 편입을 앞둔 예술과 기술의 기로에선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 Engineer vs. Artist [출처:Levato님의 Pinterest]


위 사진은 '기술자'와 '예술가'의 차이를 비교하는 일반적인 관념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이른바 이성과 감성을 전통적으로 상징으로 하는 것으로 서로 대척점에 놓여 있는 관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유머로 '공대생'과 '미대생'을 비교하는 우스개 소리로 '공대생'은 융통성이 부족하지만 논리적인 대학생을 '미대생'은 논리적이진 않지만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대학생으로 비교되는 묘사를 많이 합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기술자'와 '예술가' 또는 '공대생'과 '미대생' 이야기를 한 것은 제가 졸업을 했던 한 대학교가 이런 전통적인 관념에 창조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는 뉴스가 있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공대편입

그 뉴스는 제가 애니메이션 석사 공부를 하기도 했었던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공대로 재편되고 과이름도 만화애니메이션텍과로 변경된다는 소식이였습니다.

해당학과의 설명에 따르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첨단 기술(공학)을 결합한 융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이라면서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습실과 강의실이 있는 군자관 4층 [출처:아시아투데이]


이 뉴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내 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정에서 생긴 것이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학문 분류(?)까지 거스르며 강행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교육당국의 대학 구조개혁 사업이자 2012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지원사업인 <프라임사업-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이 있습니다.

프라임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유치하는 대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가 IT환경 속에 디지털 기술들과와 접목이 되면서 변화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만화나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첨단 기술(공학)을 결합한 융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려는 대학과 해당학과의 변화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비상식적인 결정으로만으로 보기에도 어렵긴 합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콘텐츠들의 기술과의 융합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명가인 미국의 디즈니에서도 극장용 전통적인 셀화 애니메이션은 제작 편수가 줄다가  <곰돌이 푸>(2011)를 끝으로 더이상 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인어공주'(1989)부터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등 이른바 1990년대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중흥기를 이끌며 2D 애니메이션의 폭발적인 흥행을 이끌었으나 제작비용의 증가와 기술발전에 따라 3D 애니메이션이 실험적으로 도입되는 떠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1995)를 흥행함으로 시대 변화에 대한 적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디즈니스튜디오의 오프닝 화면


이후 디즈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함으로 시대 변화에 제작자와 그들이 만든 작품들을 소화하는 관객들에게도 더 이상 낯선 스타일이 아닌 친숙한 매체로 완벽하게 적응하기 이르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만화책(코믹북)이라 불러지던 인쇄물을 기반으로 하던 전통적인 만화 매체도 전통적인 인쇄 산업의 축소 및 뉴미디어의 도래로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소화하는 형태로 서서히 변화 하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단행본이나 만화연재 잡지를 대표로 하던 소비문화가 IT문화에 대한 급격한 확산과 함께 실험적인 형태를 거쳐 웹툰이라는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소비하는 형태로 바뀌어 새로운 시장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문화콘텐츠 관련 대학 교육환경의 변화

최근 대한민국 대학들은 나날이 줄고 있는 신입생들과 대학들의 자체적인 경쟁력 저하로 각 대학 들이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파 덕에 학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구조조정은 기초 인문사회학과(예를들면 국어국문학과나 철학과 등) 등 경쟁력이 부족한 비실용적인 과들로 치부하고 모두 통폐합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편한 흐름은 우리나라 대학교육 자체가 학문을 깊이 연구하는 상아탑이 아닌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기위한 취업교육기관을 지향하는 방향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문화콘텐츠 작품을 개인적으로 만드는 작가의 길 또는 제작 시스템으로 만드는 제작자의 일원으로 가야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예술대학학과 졸업생들의 교육환경 역시 대중 문화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는 현시대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학생들은 국가지원이나 대학당국의 지원 등이 절실한 교육환경이다보니 투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내 대중문화콘텐츠의 경쟁력 재고와 발전이라는 대의에 대한 의무가 있다보니 투자는 필요하나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산업 특성상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산발적이고 소모적인 대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국내 예술관련 대학학과가 앞으로 양성할 인재는 예술가? 기술자?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이유있는 공대로의 재편 속에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들이나 지원자들은 앞으로 예술가로 불러져야 할지 기술자로 불러져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문화 콘텐츠는 지금 변화된 기술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단순 기술 적용 및 활용이 아니라 인문학적 배경과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실습을 통한 미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이해가 동반되는 공대생으로써 살아가게 될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아니 만화애니메이션텍과에 학생들은 기존 예술적인 이해에 대한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지는 학교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이 학생, 학과, 학교 이 세구성원이 함께 준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을 제외된 상태에서 학교와 학과가 주도로 전격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학과 측은 뒤늦게 학생들과 우려섞인 시선에 대해 해명과 의지를 밝혔는데 대부분은 융합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의 변화 적응과 학교 측의 원할한 예산 및 시설지원 등에 대한 내용으로 공감은 가는 부분이 컸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공대생으로 분류될 학생들의 학문적 정체성 및 그에 따른 문화 콘텐츠의 철학적 가치를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기에 솔직히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이 곳에서 배출한 인재가 예술가로 배출할 수 있을 것인지 기능인으로 배출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전통적인 가치를 벗어난 새로운 융합형 예술적 기술자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세종대학교 전경 [출처:아시아투데이]


이러한 파격적인 변신이 다른 국내 예술관련 대학학과의 변화를 재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예술적 가치보다 기능적 가치에 매몰되버리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는 시발점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빨간택씨쩜넷-유쾌한 빨간택씨의 문화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