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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끝에 문화리뷰/맨끝에 영상&게임리뷰

[영화] 내 인생 최고의 호러영화가 된 <기담>


▲ <기담>(Epitaph. 2007) Teaser Trailer

기본정보
-관 람 일 : 2007년 8월 28일 화요일 오후 9시 5분
-관람장소 : 메가박스 14관
-별      점 : ★★★★★
-20자평 : <살인의 추억> 이후 영화가 끝날 때 박수를 치고 싶은 영화 발견!


올 여름 시즌에도 <전설의 고향>을 시작으로 <해부학교실>, <검은 집>, <리턴>, <기담>, <두사람이다> 등 다양한 한국호러영화들이 개봉을 하였다. -이중 장과장님 주연(^^;)의 <리턴>은 호러영화라기보다 메디컬스릴러에 가까웠고 또 반전이 잦은게 걸리긴 했지만 나름 괜찮고 깔끔한 영화였음-
물론 이 영화들을 다 보지는 못하였지만 평들이 다들 시원치 않은 상태에서 올 여름 호러영화 중 유난히 평이 좋은 <기담>은 블록버스터와 각종 화제작 틈사이에 껴서 스크린이 마구 줄어들다가 영화를 본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상영관 확대 요구로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는 재미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 그럼 영화 속으로 들어가 <기담>의 어떤 매력때문에 좋은 입소문과 자발적인 상영관 확대 요구까지 하였을 까 한번 살펴보자. 

 
▲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을 끔찍한 사건들이 있던 경성의 안생병원으로 안내하고자 합니다. 자, 따라오시겠습니까?

<기담>, 이런 점을 주목!
-더 이상 사다꼬 짝퉁은 없다! 한국 호러영화 사상 최강의 귀신 등장!!
J호러의 대표작이자 수많은 사다코를 양산한 영화<링>의 등장은 한국 호러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귀신이 나오면 여지없이 한국형 사다코가 등장하여 수많은 한국 호러영화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영화<기담>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한국호러영화 사상 가장 섬찟한 귀신을 선보인다.
세가지 에피소드 중 두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사코라는 소녀의 엄마귀신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알 수 없는 방언을 빠르게 중얼거림과 함께 그 귀신이 화면에 등장했을 때 심장이 멈춰서 버리는 극강의 공포심을 느꼈다!
요란하게 사람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것도 아닌데다가 조용히 대상자(극중 귀신의 딸) 옆에 앉아 있는 데 극장이 아니고 집이 였다면 이불 속으로 숨어버리거나 영화를 꺼버리고 싶을 정도 였다.
아사코 엄마 귀신은 출연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상태에서 딱 두씬 나오는데 영화 전체의 공포감을 장악해버리는 엄청난 포스를 발휘하게 된다.-아사코 엄마귀신의 등장을 지켜보고 있을 때 다소 시트콤같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뒷 좌석에서 영화를 보던 커플 중 남자 관객이 깜짝 놀라면서 "아, 씨! 뭐야! 아, 저거 뭐야! 아, 뭐야!" 라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스크린은 엄청난 공포요, 그 뒤에서 관람객은 혼자 시트콤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  옆에 여자친구분은 조용했는데 설마 기절한 거는 아니였는지? ^^; 

 
ⓒ2007 도로시 all right reserved.
▲ 드디어 한국 호러영화에도 사다코를 능가하는 염통쫄깃 귀신이 등장했다!!

-병원을 둘러싼 세가지 괴담 혹은 사랑이야기
영화 <기담>은 일제강점 후반기 당시 서울의 이름이였던 경성에 있는 안생병원에서 며칠동안 벌어진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총 3가지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기담은 각각 미모의 여고생시체를 사랑하게 되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잡아주는 화자 의대 실습생 이야기, 새아빠와 친엄마에 대한 질투심으로 죄책감을 가진채 일가족 교통사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 이야기, 그리고 이 병원의 중추적인 의사부부이면서 놀랍게도 그림자가 없는 아내를 가진 의사 이야기 이렇게 흥미로운 관계와 설정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각각 슬픈 사랑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하지만 호러영화답게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놀랍고 치밀한 반전들이 숨겨져 있다.

-꼼꼼하고 충실한 미술과 음악에 박수를
영화 <기담>은 28억 5천만원이라는 저렴한 제작비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한 셋트장 설계로 금액대비 효과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비가 날아가는 씬이나 그림자없는 사람의 CG가 다소 어색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데 이는 미술역량의 부족이라기 보다 예산부족의 현상이라 보일 정도로 미술에 대한 꼼꼼함과 열정이 화면 밖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한국 호러영화 중 단연 최고의 미술 솜씨를 선보였던 <장화, 홍련>만큼은 아니지만-놀랍게도 2003년 만들어진 <장화, 홍련> 제작비 역시 28억이 들었다.- 충분히 그에 준하였고 또 공포감에 흠뻑짜지게 만드는데는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비극적 사랑영화라는 점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 듯이 아름다운 주제음악은 단순한 호러영화의 스코어 그 이상이였다. 

 
ⓒ2007 도로시 all right reserved.
▲ 의대 실습생 정남과 죽은 여고생이 일생을 함께하는 느낌을 나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장면

-신인 형제감독의 놀라운 데뷔작
영화계에 형제(또는 남매)나 친구가 공동으로 연출하는 감독들의 영화는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 많이 나오는데 그러한 이들을 잠시 살펴보면 <매트릭스> 삼부작으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아, 지금은 남매-0-), <디아이>의 팽브라더스, <아리조나 유과사건> 등의 재치넘치는 영화를 만드는 코핸형제, <총알탄사나이> 등의 슬랩스틱 코미디 지존 주커형제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김태용ㆍ민규동 감독이 있었다.
그 후 우리나라에는 보기 드문 또 한 팀의 형제 감독들이 등장하였으니 정가형제(친 형제간이 아닌 사촌지간이라고 한다.)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찬욱감독의 연출부에서 수업을 하던 정가형제는 드디어 <기담>이라는 공포영화를 들고 데뷔를 하였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그야말로 괴물신인이였다.
현장에서도 꾀나 깐깐하게 통제를 하고 연출을 했던 그들은 마치 완벽주의자 같다는 평을 스텝과 배우들에게 이야기 들어가며 <기담>을 만들어 간 것이다.
정가형제, 그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는 신인감독들이다.


<기담>, 이런 점은 외면!
-블럭버스터와 화제작에 밀려 소수의 스크린에서 선방하는 <기담>
개봉당시 전국 201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하다가 둘째주에 175개, 셋째주에는 59개로 감소하더니 지난 23일 전국 29개관 상영이라는 악수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교차상영관이 대다수여서 사실상 극소수의 개봉관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본 28일 화요일 저녁 타임도 교차상영이였는데 평일저녁 빈좌석이 거의 없이 꽉꽉찬 극장은 이러한 아이러니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2007년 9월 3일 기준, 박스오피스 자료) 637,249명을 넘긴 기담은 여름 블럭버스터 시즌의 틈바구니에서 간판을 내릴 뻔 하다가 이미 관람을 한 관객들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의 장기상영 요구 등의 성화로 조용히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홍보 자체가 관객(+네티즌)의 열기를 못 따라가는 것이 아쉽다. 공식 블로그나 홈페이지의 커뮤니티란을 보면 마치 망한 영화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연상 시킬만큼 썰렁하기가 서울역 그지없다!


빨간택시 총평
시나리오, 미술, 음악, 연출 버릴거 하나도 없었던 영화 <기담>은 그동안 사다코의 망령에 시달린 한국 호러영화계에 한줄기 햇살처럼 다가온 그런 영화였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알아본다고 자본주의 논리에 밀려 간판을 내리려는 것을 관람객들이 스스로가 장기상영을 요구하고 영화는 그에 부응한 듯이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산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2007년 저물어가는 여름 무더위를 깨끗하게 날려버리고 마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꼈던 좋은 영화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가슴 속에 내제된 깊은 슬픔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준 영화 <기담>.
바로 그 <기담>은 2007년, 호러영화팬들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웰메이드 한국산 호러영화 한 편을 선물해 주었다.


ⓒ2007 도로시 all right reserved. 

※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