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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끝에 문화리뷰/맨끝에 영상&게임리뷰

[영화] 허진호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 중 첫번째 헤피엔딩 사랑 이야기 <호우시절>


 ▲ 러브홀릭스 '나에겐 그댄' 호우시절(好雨時節) 뮤직비디오

기본정보
-관 람 일 :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오전 9:50~11:30
-관람장소 : 프리머스 평촌점 2관/J열05 J열06 
-별      점 : ★★★★☆
-20자평 : 슬픔을 말하던 절제된 로맨티스트 허진호 이제 희망을 말해보다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 2001년 <봄날은 간다>. 2005년 <외출>, 2007년 <행복>... 그리고 2009년 <호우시절>
허진호 감독의 장편 필목그래피입니다.
대한민국의 로맨스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등장 이전과 이후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절제된 감수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로맨스 영화 매니아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었습니다.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로 신인 감독의 놀라울 정도로 능수능란한 연출력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두번째 작품
<봄날은 간다>로 완전히 절제된 감정이 베어있는 절정의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 이후에 제작된 <외출>과 <행복>은 여전히 허진호표 영화도 맞지만 빨간택시를 비롯한 허진호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호불호가 나누어질 정도였고 흥행성적도 전작들에 비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빨간택시도 실망이 커서 DVD 컬렉션 대상에서도 제외대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허진호 감독에 대한 지지를 접지는 못하였고 그의 신작을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가을, 우리는 허진호 감독의 새로운 작품 <호우시절>을 만나게 됩니다. 

허진호 감독, 데뷔 이후 첫번째 해피엔딩 영화 <호우시절>
<8월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까지 대부분 주인공이 죽거나 씁쓸한
이별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별과 죽음은 일상속에서 늘 존재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반갑지 않은 만큼 극적인 효과가 있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들이 이별과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주변 인물을 비하여 제 3자인 관객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적극적으로 호소를 합니다.
그러나 허진호 감독은 그런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담담하게 담아면서 감정몰입을 극대화 시켜왔습니다.
그래서 늘 이별과 죽음을 말하면서도 요란하지 않은 하지만 깊은 슬픔과 아픔을 보여주는 연출을 택하였습니다.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한지 십여년을 훌쩍 넘기고 벌써 5번째 장편을 선보이고 있는 허진호 감독은 그
동안 보여주었던 씁쓸한 사랑이야기 대신에 첫번째 해피엔딩 영화로 이번 <호우시절>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봄날은 간다>를 정점으로 빨간택시의 공감대를 이끌지 못했던 허진호 감독의 감수성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이젠 해피엔딩을 상상하게 하는 행복하고 따뜻한 결말로 말입니다.
물론 제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봄날의 간다>만큼의 사랑에 대한 큰 마인드 임펙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사랑에 대한 관념이 2001년과 2009년 즉, 8년동안의 간극이 있었던 만큼 사랑의 단맛, 쓴맛을 몇 차례
경험하고나서 그 순수함이 무뎌진 것이거나 성숙한 자세로 대면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 아니였을까
합니다. 

잔잔하지만 애틋한 우리 주변 이야기 <호우시절>
허진호의 영화나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는 우리네 이야기들입니다.
<호우시절>에서도 유학중에 만난 외국인 연인을 다시 만나기라는 다소 극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실주의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던 요소는 바로 배우 김상호씨가 연기한 현지 파견 직원의 살아있는 연기였습니다.
극중에서 자칫 두 남녀 주인공의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사랑 이야기에 눈치없고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네 평범한 이웃 아저씨로 천연덕스럽게 주인공 사이에 끼어들면서 살아 있는 이야기로 착각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두사람이 모처럼 큰 맘먹고 만난 한국식당에서의 재회 장면이 바로 그런 분위기를 대표하는 장면이지요.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 주변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면서 이는 <호우시절>도 그런 나 또는 우리 주변의 친구 이야기가
되버리는 것입니디.
좋은 이야기 덕분일까요? 항상 어깨에 힘이들어간 멋들어진 남자배우로만 연기를 했던 정우성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고원원 역시 심은하(8월의 크리스마스), 이영애(봄날은 간다), 손예진(외출), 임수정(행복)을 이어가는 청순한 허진호표
여배우로 크게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봄날은 간다>로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던 빨간택시는 그 이후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기억하고 각인을 시킵니다.
이제 그동안의 쓰디쓴 아픈 사랑 대신 행복한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사랑을 하고 싶은 빨간택시에게 <호우시절>은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친구같은 영화로 자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영화 덕분에 <외출>, <행복>의 실망 이후 다시금 허진호 감독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영화를 만나게 되었고
다시 한번 그의 차기작을 천천히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홍보용 스틸사진인데 좌측이 <호우시절>의 고원원, 우측이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입니다.
의도적인 것이겠지요? 두 작품 모두 대나무와 단발의 청초한 여주인공이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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