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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아카이브(1~3기)/시사시선

▦▦ 분향소가 있는 조계사에 다녀왔습니다.

조계사에 8시쯤부터 있다가 11기 30분경에 나와서 이제서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다들 작년 이맘때 촛불을 들었던 이후에 오랜만에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나눈 인사말...

"아, 잘 지냈어요? 어허~ 그나저나 좋은 일로 얼굴보고 싶은데 어째..."

하... 그러게 말입니다.

초기에 시내 곳곳에서 설치 되었던 분향소가 견찰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이중 삼중으로 막히게 되었고(전견버스로도 모자라 관광버스에서 유치원미니버스까지 동원하여 바리케이트를 쳤다고 하네요) 작은 몸싸움이 일어 났다고 합니다. 

발빠른 DP분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 조계사의 협조에 함께 분향소 설치를 준비합니다.
국화꽃 1000송이를 미리 준비하여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하러 오신 분들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척척 역할분담을 합니다.

저도 준비된 국화 꽃을 들고 그분의 영정 앞에 갑니다.
그런데 그 영정을 가기도 전에 울컥하면서 눈물을 쏟아냅니다.
결국 삼배를 하면서 흐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은 저뿐만이 아니였더군요...

그후 9시경 DP분들 20여명이 근처 식당에서 요기를 합니다.
다들 밥을 먹는 것인지 슬픔을 먹는 것인지 반주로 시킨 소주로 그 슬픔을 달래보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조계사로 돌아왔고 삼삼오오 모여서 앞으로 정국의 흐름을 이야기 해봅니다.
모두들 뜨거운 분노와 아픔을 냉정하게 삭히고 있더군요...

10시 반경이 였던 같습니다. 임시로 사용을 했던 초라한 영정대신 큼지막하고 근사한 영정이 들어옵니다.
근사한 영정...
그 영정을 들고 다시 임시 분향소가 설치된 대웅전으로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제 손 위에 그 분이 웃고 계십니다.
그 분의 얼굴을 마주 볼 수 가 없어서 애써 외면 하였는데 눈이 마주치자 여지없이 눈물이 또 왈칵 쏟아집니다.
설치된 영정 위를 보니 검정색 현수막이 설치가 되었었는데 그 검은 색 천에 선명한 하얀 글씨로 근조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씨가 지금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친절하게 다시한번 가르켜줍니다.
아....

잠시후 11시 경, 야외 분향소 설치를 위한 시설물들이 들어옵니다.
좀 더 넓은 곳에서 많은 분들이 그분의 가시는 길을 조문하러 오실 수 있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잠시 조문객들에게 국화 꽃을 나누어주다가 막차를 타기위해 남아 계신 분들에게 뒤를 부탁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잃었을까요?
그냥 단순히 전직 대통령을 잃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분이 저를 버리십시요라고 하면서까지 말하고자 했던 어떤 신념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그답은 그분이 남아있는 5천만의 국민들에게 숙제를 주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내일을 맞이합니다.

▦▦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