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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아카이브(1~3기)/시사시선

신경민앵커의 마지막 클로징멘트와 엄기영사장의 담화문의 비교

2009년 4월13일, 신경민 앵커의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1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세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이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소신있는 방송인 한 분을 잃어버렸습니다.
 
같은 날, 엄기영 MBC사장의 담화문 전문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MBC 사원 여러분!
최근 방송 구조 개편 논의와 유례없는 경영 위기로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해 시시각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순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봄 개편과 함께 프로그램 경쟁력과 공익성을 높여야 하는 일은 무엇보다 무거운 과제입니다.

이 같은 시기에 뉴스데스크 앵커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문제로 제작 거부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진행자 교체를 둘러싼 일부 사원들의 주장은 나름대로 공영성을 지키겠다는 충정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서 회사 측에 일방적 수용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간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MBC 사원 여러분!
최근 일련의 회사 정책 결정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의견 분출은 정당한 내부 소통을 넘어 조직의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MBC의 경영을 책임진 사장으로서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진행자 문제에 관해서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먼저 뉴스데스크 앵커는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경영진과 사원 간에, 구성원 내부에서 일부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염원하는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입니다.
후임 앵커는 이 기준에 비춰 최선의 선택이 이뤄지도록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선발토록 하겠습니다. 구성원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의사를 존중하고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진행자는 교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부인력 기용 차원에서 교체여부를 검토했지만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제작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이번 봄 개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MBC 사원 여러분!
봄 개편을 앞두고 검토해온 진행자 교체 문제에 대해 회사는 다각도로 판단하여 고심 어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내부 혼란에서 벗어나 방송 정상화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제작 거부에 들어갔던 사원들은 방송 현장으로 복귀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MBC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좋은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도록 합시다.

2009. 4. 13.
문 화 방 송 사 장 엄 기 영
  

오늘, 우리는 소신없는 방송인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8년 12월31일, 신경민 앵커의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올 한해 클로징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칙이 숨쉬면서 곳곳에 합리가 흐르는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책임 신뢰 안전이었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 배려를 뜻합니다. 내용을 두고 논란과 찬반이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불편해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꿈과 소망은 바꾸거나 버릴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함께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2009년 첫날인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암울한 이 시대 소수의 소신있는 방송인이였습니다.